관점

AI 초안을 어디까지 고쳐야 내 글인가

문체부 · 2026.09.16

AI가 쓴 초안을 받아 들고 나면 두 가지 충동이 온다. 전부 다시 쓰고 싶은 충동과, 그냥 내고 싶은 충동. 둘 다 틀렸다.

전부 다시 쓰면 초안을 쓴 이유가 없다. 그냥 내면 읽는 사람이 안다. 문법이 틀려서가 아니다. 감정을 이름으로 부르고(“복잡한 감정”), 셋씩 나열하고(“노력, 헌신, 그리고 열정”), 모든 문장이 스물다섯 자쯤이고, 마지막에 배운 점을 정리한다. 이 네 가지가 한 문단에 다 있으면 사람이 쓴 글로 읽히지 않는다.

그래서 고치는 순서가 있다. 먼저 감정 이름을 지우고 그 자리에 사물 하나를 놓는다. 그다음 마지막 문장을 지운다. 그다음 문장 길이를 흔든다. 열 자짜리 하나, 쉰 자짜리 하나. 접속부사는 문단에 하나만 남긴다. 여기까지가 Layer 0이다.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글이 달라진다.

이걸 넘어서 결과 온도를 바꾸는 건 다음 일이다. 그건 “고치기”가 아니라 “옮기기”다. 그 전에 Layer 0만 해도 내 글이 된다. 내가 지운 것들이 내 판단이기 때문이다.

읽은 대로 써 봤다면, 붙여 넣고 확인해 보세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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